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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는교회

공유 거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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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5.12.10 11:21

TV만 덩그러니 놓인 거실, 혹은 좁아서 가질 수 없는 거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넓은 평수가 아니라 '함께 머물 사람'입니다.

'거실(Living Room)'이라는 단어를 곱씹어 봅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사는 방', 즉 삶이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침실이 잠을 자는 곳이라면, 거실은 깨어 있는 시간 동안 가족이 모여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집의 심장과도 같은 곳입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네 거실 풍경은 어떻습니까? 대부분의 가정에서 거실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거대한 TV입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소파에 누워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봅니다. 가족이 한 공간에 있어도 대화는 없고, 적막 속에 TV 소리만 흐릅니다. 공간은 있지만 '거실(Living)'의 기능은 멈춘 지 오래입니다.

1. 거실이 사라진 시대, 고립된 개인들

더 안타까운 건, 아예 물리적인 거실조차 가질 수 없는 1인 가구 청년들입니다. 좁은 원룸이나 고시원에는 잠만 잘 수 있는 침대 하나 놓기도 벅찹니다. 친구를 불러 밥 한 끼 해먹고 싶어도, 둘러앉을 공간이 없습니다. 그들에게 집은 '사는(Live)' 곳이 아니라 잠시 '머무는(Stay)' 곳일 뿐입니다.

거실이 있어도, 거실이 없어도 우리는 외롭습니다. 광활한 아파트 거실에 혼자 남겨진 기러기 아빠나, 좁은 자취방에서 혼자 배달 음식을 먹는 취준생이나, 결국 본질적인 결핍은 똑같습니다. 바로 '나와 함께 있어 줄 사람의 부재'입니다.

2. 그래서 우리는 '공유 거실(Shared Living Room)'을 엽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성도들의 거실이 되어야 합니다."

밥먹는교회가 '예배당' 대신 '공유 거실'과 '나눔 주방'부터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일요일 아침에만 잠깐 모여 엄숙하게 예배드리고 흩어지는 종교 시설이 되기를 거부합니다. 대신 평일 저녁, 갈 곳 없는 이들이 슬리퍼를 신고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동네 사랑방이 되고 싶습니다.

이곳에는 2미터짜리 넓은 식탁이 있습니다.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낼 전골 요리를 보글보글 끓일 인덕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왔어?" 하며 반겨줄 친구들이 있습니다.

3. 공간이 사람을 모으고, 밥이 마음을 엽니다

거실이 생기면 삶이 변합니다. 좁은 방에서 혼자 웅크리고 있을 때는 몰랐던 활기가, 함께 모여 밥 짓는 냄새를 맡을 때 비로소 되살아납니다. 특별한 프로그램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냥 같은 공간에서 각자 책을 읽거나, 멍하니 있어도 '함께 있다'는 감각 자체가 우리를 치유합니다.

당신의 집에는 사람이 사는 거실이 있습니까? 혹시 텅 빈 거실이 너무 넓게 느껴지거나, 누군가와 밥 먹을 식탁이 그리우신가요?

결론: 우리 집 거실로 놀러 오세요

그렇다면 밥먹는교회의 '공유 거실'로 오십시오. 여기는 문턱이 없습니다. 헌금 봉투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배고픈 배와 외로운 마음만 가지고 오시면 됩니다.

우리가 당신의 가족이 되어드리고, 여기가 당신의 거실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오늘 저녁, 따뜻한 밥상 머리에서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