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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 남성들의 우울은 '실패'가 아닙니다. 다시 튀어 오르기 위해 잠시 웅크리는 시간, 잘 노는 법을 배워야 할 때입니다.
웹툰과 드라마로 만들어진 <김 부장> 이야기가 왜 그렇게 인기를 끌었을까요? 거기에 나오는 꼰대 같으면서도 짠하고, 권위적인 척하지만 속으로는 한없이 작아지는 그 모습이 바로 오늘을 사는 우리네 중년 남성들의 자화상이기 때문일 겁니다.
통계는 더 서늘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자살률 증가 폭이 가장 가파른 세대가 바로 40대와 50대 남성이라고 합니다.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고, 앞을 보니 절벽인 것 같은 그 막막함. '가장'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소리 내어 울 수도 없는 나이입니다.
1. 우울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아는 은퇴한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우리가 흔히 '병'이라고 생각하는 우울증에 대해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으시더군요.
방전된 배터리는 충전기에 꽂아두고 가만히 둬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방전된 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왜 이러지?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며 자신을 더 다그칩니다. 그러니 마음이 쉴 틈 없이 더 깊은 바닥으로 가라앉는 것입니다.
지금 당신이 우울하다면, 그것은 당신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너무 치열하게 잘 살아왔다는 증거입니다. 이제 잠시 멈추고, 마음의 힘이 찰 때까지 기다려줘야 할 때입니다.
2. 혼자서라도 '잘 노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 의사 선생님의 처방은 약이 아니었습니다. "잘 놀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구와 함께가 아니더라도, 혼자서라도 노는 시간을 가져야 마음의 힘이 차오른다고 했습니다.
훌쩍 여행을 떠나 낯선 풍경 속에 나를 던져보거나,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처럼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거나, 책 속에 파묻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듣는 것. 이 사소해 보이는 '노는 행위'가 사실은 가장 강력한 치유입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 4050 남자들은 '노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일하는 법, 참는 법, 책임지는 법만 배웠지,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법은 모릅니다.
3. 경기 광주 태전동, 아저씨들의 아지트
그래서 저는 '밥먹는교회'가 변변찮은 종교 시설이 아니라, 우리 같은 중년 아저씨들이 눈치 안 보고 쉴 수 있는 '아지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50대 남자입니다. 누구보다 그 쓸쓸함의 무게를 잘 압니다. 제가 사는 이곳 경기 광주 태전동은 평범한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동네입니다. 화려한 성공 신화보다는, 저녁에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 더 어울리는 그런 곳이지요.
이곳에서 우리는 대단한 신앙 고백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오늘 힘들었지?" 하며 따뜻한 밥 한 끼 같이 먹고, "이 드라마 봤어?" 하며 시시콜콜한 수다를 떨고 싶습니다.
결론: 같이 놉시다, 김 부장님
힘이 들면 잠시 쉬어가도 됩니다. 우울하면 우울한 대로 그냥 있어도 괜찮습니다. 다만, 혼자 골방에 갇혀 있지는 마십시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옆집 아저씨'가 여기 있습니다. 마음의 힘이 다시 차오를 때까지, 우리 같이 밥 먹고 놀면서 버텨봅시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