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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는교회

새벽형 목사, 올빼미형 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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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5.12.09 19:21
하나님은 새벽 5시에만 깨어 계시는 분이 아닙니다.

한국 교회에서 '믿음 좋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필수 코스가 있습니다. 바로 새벽기도(Early Morning Prayer)입니다. "새벽을 깨우는 성도"라는 말은 거의 성자의 칭호처럼 쓰입니다. 반대로 새벽잠이 많은 성도는 어딘가 게으르고 영적으로 나태한 사람 취급을 받곤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하나님은 정말 새벽 5시에만 결재 서류를 받으시는 분일까요? 새벽형 인간이 아닌 '올빼미형 인간'들은 평생 죄책감 속에 살아야 하는 걸까요?

1. 새벽기도는 '문화'이지 '교리'가 아닙니다

예수님이 새벽 미명에 기도하신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밤이 맞도록 철야 기도를 하신 적도 많습니다. 한국 교회의 새벽기도 열풍은 농경 사회의 유산입니다. 해 뜨면 밭에 나가야 하니, 유일하게 시간 낼 수 있는 때가 새벽뿐이었던 거죠.

하지만 현대인은 다릅니다. 밤 12시까지 야근하고 들어온 직장인에게 새벽 5시 기상은 기도가 아니라 고문입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앉아있는 것이 '정성'이라고 포장하지만, 사실 맑은 정신으로 10분 기도하는 것이 비몽사몽 1시간보다 낫지 않을까요?

2. 당신만의 '골든 타임'을 찾으세요

하나님은 24시간 편의점보다 더 오래 깨어 계십니다. 중요한 건 '몇 시'냐가 아니라, '내가 가장 하나님께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언제냐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고요한 새벽이 좋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퇴근길 버스 안이 골든 타임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모두가 잠든 밤 11시가 하나님과 독대하기 가장 좋은 시간일 수 있습니다.

저녁형 인간인 저에게, 억지로 하는 새벽 기도는 노동이었습니다. 하지만 늦은 밤, 책상에 앉아 드리는 기도는 꿀처럼 달았습니다. 자신의 바이오리듬에 맞는 시간을 찾으십시오. 그것이 가장 영적인 시간입니다.

3. 밥먹는 교회의 기도 원칙

우리는 새벽기도 출석으로 신앙의 등급을 매기지 않습니다. 대신 '삶의 기도'를 강조합니다.

설거지하며 "주님, 내 마음도 씻어주세요"라고 속삭이는 것. 운전하며 꽉 막힌 도로에서 "주님, 인내심을 주세요"라고 읊조리는 것. 이런 생활 속의 짧은 외침들이 모여 우리의 영성을 만듭니다.

결론: 깨어 있다면 언제든 아침입니다

새벽에 못 일어난다고 자책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당신의 알람 시계가 아니라, 당신의 심장 소리를 듣고 싶어 하십니다.

밤이든 낮이든, 당신의 마음이 하나님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면, 그 시간이 바로 당신의 가장 찬란한 영적 새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