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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는교회

십일조 안 하면 도둑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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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5.12.09 19:01
헌금은 '천국 회비'도, '세금'도 아닙니다. 돈으로부터의 '독립 선언'입니다.

한국 교회 성도님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묵직한 돌덩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십일조'입니다.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기 때문입니다. "십일조 안 하면 하나님의 것을 도적질하는 것이다." (말라기 3:8) "십일조 안 하면 사업이 망하고 병원비로 다 나간다."

솔직히 물어봅시다. 정말 하나님이 돈이 없어서 우리 지갑을 털어가시려는 걸까요? 사랑의 하나님이 고작 10% 입금 안 했다고 자녀에게 저주를 퍼부으실까요? 이제 이 낡은 공포 마케팅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습니다.

1. 십일조는 '세금'이 아니라 '고백'입니다

구약 시대의 십일조는 신정 국가의 '세금'이자, 땅이 없는 레위인과 고아, 과부를 위한 '사회복지 기금'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21세기 대한민국에 살고 있습니다. 율법의 조문이 우리를 구속하지 못합니다.

그럼 십일조는 폐지되어야 할까요? 아닙니다. 저는 여전히 십일조가 유효하다고 믿습니다. 단, '의무'로서가 아니라 '고백'으로서 말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신(Mammon)입니다. 돈이 우리를 웃게 하고 울게 합니다. 이 거대한 맘몬의 위력 앞에서, 내 수입의 일부를 떼어내는 행위는 이런 고백입니다.

"돈아, 너는 내 주인이 아니다. 내 주인은 오직 하나님뿐이다."

즉, 십일조는 하나님께 드리는 뇌물이 아니라, 돈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는 나 스스로를 향한 '자유 선언'입니다.

2. 액수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분은 세전으로 해야 하냐, 세후로 해야 하냐 고민합니다. 십일조 못 한 달은 찝찝해서 잠을 못 잡니다. 이건 신앙이 아니라 강박입니다.

하나님은 회계사가 아닙니다. 당신의 통장 잔고를 1원 단위까지 검사하지 않으십니다. 형편이 어려우면 1%만 해도 됩니다. 아니, 정말 힘들면 안 해도 됩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정확한 액수'가 아니라, 당신의 마음이 돈에 먹히지 않고 하나님을 향해 열려있는지, 그 '중심'입니다.

3. 밥먹는 교회의 헌금 원칙

밥먹는교회는 헌금 봉투에 이름을 적지 않는 것을 지향합니다. (물론 행정상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요) 누가 얼마 냈는지 목사가 알 필요도 없고, 알아서도 안 됩니다. 그것이 목사의 눈을 흐리게 하고, 성도를 등급 매기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헌금은 하나님과 당신 사이의 비밀스러운 사랑의 표현이어야 합니다. 교회 운영비가 걱정되신다고요? 건강한 공동체라면, 성도들이 자발적인 기쁨으로 낸 헌금만으로도 충분히 운영됩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풍족하면 풍족한 대로 사는 것이 교회입니다.

결론: 지갑을 열기 전에 마음을 여십시오

두려워서 내는 돈은 헌금이 아닙니다. 그것은 '보호비'입니다. 하나님은 조폭이 아니십니다.

헌금 바구니가 돌 때 자유하시길 바랍니다. 액수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주님, 제가 이만큼 주님을 사랑합니다"라는 떨리는 고백만이 그 봉투 안에 담기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