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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자유주의신학을 하는 목사도 기도합니다, 어쩌면 더 간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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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5.12.09 18:37
하나님을 '존재'가 아닌 '무(無)'라고 부르는 그들의 기도가 뜨거운 이유

많은 분들이 오해합니다.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머리만 차갑고 가슴은 식었어. 기도는 안 하고 토론만 좋아해." 하지만 이것은 큰 착각입니다. 대표적인 자유주의 신학자, 존 셸비 스퐁(John Shelby Spong) 주교를 보십시오. 그는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의 소유자였습니다.

1. "하나님은 존재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기도하는 역설

자유주의 신학에서는 종종 "하나님은 존재(a being)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무(無)'에 가깝다고도 합니다. 이 말은 신을 부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인간처럼 '수염 난 할아버지'나 '하늘에 있는 어떤 개체'로 축소하지 말자는 뜻입니다. 하나님은 존재 그 자체(Ground of Being)이자, 생명의 근원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렇게 급진적인 신학을 가진 그들도 기도합니다. 그것도 아주 간절하게. "하나님, 저기 아파하는 이웃의 신음소리를 들으소서. 이 땅의 부조리를 굽어살피소서." 기도의 문장만 보면 보수적인 복음주의자의 기도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습니다.

2. "하나님이 하신다" vs "내가 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기도가 끝난 후'에 일어납니다.

복음주의자의 기도:
"기도했으니 이제 하나님이 알아서 해결해 주실 거야. 나는 맡겼어." (수동적 위탁)

자유주의자의 기도:
"기도했으니 내 안에 사랑의 힘이 솟아난다. 이제 내가 가서 돕자!" (능동적 실천)

자유주의자에게 기도는 요술램프 지니를 부르는 주문이 아닙니다. 내 안에 내재하시는 하나님의 생명력을 확인하고, 나를 사랑의 도구로 예열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기도는 골방에서 끝나지 않고, 반드시 현장으로 이어집니다.

3. 그리고 하나 더, '찐 사랑'

교리를 지키기 위해 이웃을 정죄하는 차가운 종교인이 아니라, 교리를 넘어서라도 사람을 살리는 '진짜 사랑(찐 사랑)'을 실천합니다. 그들에게 예수는 '믿어야 할 교리의 대상'이기 이전에, '따라 살아야 할 사랑의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결론: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신학이 자유롭다고 해서 영성이 가벼운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맹목적인 믿음을 넘어선 자리에, 더 깊고 주체적인 헌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다 이해할 수 없기에 더 겸손히 무릎 꿇고, 기적을 바라는 대신 스스로 기적이 되기를 선택하는 사람들. 그 뜨거운 자유주의자들의 기도가 오늘 우리에게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