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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교회는 작을수록 아름답다."
"가족 같은 분위기의 30명 교회가 진짜다."
목회자들은 흔히 이렇게 말하며 자위합니다. 하지만 성도님들의 속마음도 그럴까요? 혹시 우리끼리만의 '정신 승리'는 아닐까요?
저는 오늘 욕먹을 각오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나 하려 합니다. "교인을 진짜로 생각한다면, 교회는 최소 100명은 넘어야 합니다."
1. 30명 교회에는 '내 친구'가 없다
성도 30명인 작은 교회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설교가 나빠서도, 건물이 낡아서도 아닙니다. 바로 '또래 집단(Peer Group)'이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청년이 큰맘 먹고 교회에 등록했습니다. 그런데 청년부가 달랑 3명입니다. 한 명은 5살 위 형이고, 한 명은 고등학생 동생입니다. 나랑 말이 통하고 고민을 나눌 동갑내기 친구가 없습니다.
이 청년, 예배는 드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교제'의 기쁨은 누리지 못합니다. 끝나고 같이 떡볶이 먹으러 갈 친구, 내 연애 고민에 "맞아, 맞아" 해줄 공감대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외로워서 떠납니다. 신앙이 없어서가 아니라, 재미가 없어서 떠나는 겁니다.
2. 육아맘도, 직장인도 '숨 쉴 구멍'이 필요하다
육아에 지친 30대 엄마 성도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에 왔는데 죄다 60대 권사님들뿐이라면 어떨까요? "애 키우기 힘들지?"라고 위로는 해주시겠지만, "요즘 기저귀 값 너무 비싸죠?"라는 디테일한 수다는 불가능합니다.
통계적으로 볼 때, 전체 교인이 100명은 되어야 한 세대(청년, 3040 등)당 10~15명의 그룹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야 그 안에서 마음 맞는 '단짝'도 생기고, 등산 모임이든 독서 모임이든 취향별로 어울릴 수 있습니다.
성도들은 교회에서 '가족 같은 끈끈함'도 원하지만, 동시에 숨 막히지 않을 정도의 다양성과 숨 쉴 구멍도 원합니다. 늘 보던 사람, 뻔한 관계 말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섞이는 '관계의 역동성'이 있어야 활력이 돕니다.
3. 10년 기다리지 말고, 내일 당장 100명이 되는 법
문제는 현실입니다. 개척해서 혼자 힘으로 100명 모으는 것? 기적에 가깝습니다. 10년, 20년이 걸릴지 모릅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우리 성도들은 '친구 없는 교회'에서 외롭게 버텨야 할까요?
그래서 제가 제안하는 것이 바로 '협업(Collaboration)'입니다. '연합'이라고 해서 오해하지 마십시오. 교회를 하나로 합치거나 흡수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 교회의 이름과 재정과 행정은 독립적으로 유지하되, 예배와 공간, 그리고 교제권만을 공유하는 시스템입니다.
30명 교회 세 곳이 '협업'하면, 당장 내일부터 우리는 90명의 공동체가 됩니다. A교회 청년이 B교회 청년과 친구가 되고, C교회 집사님이 A교회 집사님과 등산을 갑니다. 오늘 등록한 청년에게 "우리 교회 청년부는 3명이지만, 옆방에 가면 네 친구들이 10명이나 있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해 줄 수 있습니다.
결론: 이것은 '생존'이 아니라 '사랑'의 문제입니다
목사님 혼자 "부흥을 주옵소서" 기도하며 10년을 버티는 것은, 어쩌면 성도들에겐 고문일 수 있습니다. 성도들에게 '친구'를 만들어주는 것. 그들이 교회 오는 발걸음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
우리가 '협업'해야 하는 이유는 교회 성장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내 양 떼의 행복을 위해서입니다. 혼자 하면 10년 걸리지만, 함께 협업하면 내일 당장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