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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전 세계의 이목이 스위스로 쏠렸습니다.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매달 2,500스위스프랑(당시 약 300만 원)을 주겠다는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법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공짜로 돈을 준다는데, 국민의 77%가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압도적인 부결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스위스 사람들은 이 달콤한 제안을 거절했을까요?
1. 노동 없는 소득은 존엄을 해친다
반대의 핵심 논리는 경제적인 문제보다 '가치'의 문제였습니다. 스위스 사람들은 "일하지 않고 얻는 소득은 인간을 나태하게 만들고, 삶의 건전한 긴장감을 무너뜨린다"고 믿었습니다.
그들에게 노동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사회에 기여하며, 성숙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존엄의 통로'였습니다. 누군가가 그저 먹여주는 삶은, 겉보기엔 편할지 몰라도 내면의 힘을 잃게 만든다는 것을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2. 교회 안의 '영적 기본소득'을 경계하라
이 뉴스를 접하며 저는 오늘날 한국 교회의 풍경을 겹쳐 보았습니다. 어쩌면 현대 교회는 성도들에게 '영적 기본소득'을 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냥 오셔서 앉아만 계세요. 은혜는 우리가 떠먹여 드립니다. 봉사도, 헌신도, 변화를 위한 치열한 고민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복(福)만 받아 가세요."
교회가 성도들의 비위를 맞추고 '고객 관리'에 집중할수록, 성도들은 점점 더 수동적인 소비자가 되어갑니다. 스스로 성경을 읽고 씨름하지 않아도 설교 요약본을 주고, 치열하게 기도하지 않아도 중보기도팀이 대신해 줍니다. 편안하고 안락한 신앙생활. 이것이 과연 축복일까요?
스위스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땀 흘림 없는 신앙은 영혼을 나태하게 만듭니다. 고난을 돌파할 근력을 잃게 하고, 스스로 설 수 없는 '영적 의존자'를 양산할 뿐입니다.
3. 변화는 공짜가 아니다
물론 구원은 선물입니다.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Grace)입니다. 하지만 '성화(Sanctification, 거룩해짐)'는 다릅니다. 내 인격이 변하고, 삶의 습관이 바뀌는 것은 결코 공짜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완성된 요리를 내어주시는 분이 아니라, 식재료를 주시며 "함께 요리하자"고 부르시는 분입니다. 변화는 내가 내 자아를 쳐서 복종시키는 '거룩한 노동'이 있을 때 비로소 일어납니다.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는 바울의 권면은 바로 이 지점을 말합니다.
4. 불편함을 선택하는 교회
밥먹는교회가 추구하는 방향은 명확합니다. 우리는 '영적 기본소득'을 거부합니다. 대신 '거룩한 땀'을 환영합니다.
- 우리는 함께 밥을 차리고 설거지합니다. (섬김의 노동)
- 우리는 목사의 설교를 듣는 것을 넘어, 서로의 삶을 나눕니다. (참여의 노동)
- 우리는 "복 받으세요"라는 말보다 "함께 변합시다"라고 도전합니다. (성장의 노동)
스위스 국민들이 공짜 돈을 거절하고 '일하는 존엄'을 선택했듯, 우리도 편안한 종교 생활을 거절하고 '변화하는 기쁨'을 선택해야 합니다.
결론: 당신의 영적 근육은 안녕하십니까?
교회는 유람선이 아니라 구조선이며, 동시에 훈련소입니다. 누군가가 떠먹여 주는 은혜에 만족하고 있다면, 그것은 위기입니다. 지금, 스스로 질문해 보십시오. "나는 오늘 나의 변화를 위해 어떤 영적 땀을 흘리고 있는가?"
그 불편하고 수고로운 과정 속에 진짜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