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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예수를 '신'으로 믿지 않아도 기독교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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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5.12.09 09:46

부제: 교리의 '자격증'과 삶의 '증명서' 사이에서

"예수님의 신성(Divinity)을 부인하면 기독교인이 아닙니까?"

대부분의 보수적인 교회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호한 "아니요"입니다.
기독교의 핵심 교리인 삼위일체와 대속의 은혜가 예수님의 신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예수가 신이 아니면 십자가 사건은 그저 한 훌륭한 청년의 억울한 죽음일 뿐, 인류 구원의 사건이 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신학의 역사를 조금만 더 깊이, 그리고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이 질문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깊은 층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1. 교리적 관점 : "자격 미달입니다"

초대 교회는 수백 년간의 격렬한 논쟁 끝에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예수는 참 하나님이시며 참 사람이다"라고 확정했습니다. 이것이 정통(Orthodoxy)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제도권 기독교'의 기준에서 보면, 예수의 신성을 부인하는 것은 회원의 자격을 상실하는 것입니다.
마치 "미국 시민권이 없으면 미국인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법적인 판단과 같습니다. 이 기준에서 자유주의 신학이나 유니테리언 등은 '기독교의 범주' 바깥에 있거나 경계선에 서게 됩니다.

2. 역사적 관점 : "예수님은 스스로를 신이라 했을까?"

그러나 성서신학적 관점에서 보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됩니다.
가장 먼저 쓰인 마가복음 등 공관복음에서 예수님은 스스로를 "하나님"이라고 직접적으로 선포하기보다, "인자(사람의 아들)"라고 칭하며 철저히 인간으로서 하나님의 뜻을 수행하는 모습에 집중합니다.

"예수는 하나님이다"라는 고백은 예수님 사후, 제자들이 그분의 부활을 체험하며 형성된 '초대 교회의 신앙 고백'입니다.
즉, 예수님이 "나를 신으로 믿어라"라고 강요하신 게 아니라, 제자들이 그분의 삶과 죽음을 보니 "이분은 하나님이 아니시고는 설명이 안 된다"라고 고백하게 된 것입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3. 실존적 관점 : "누가 진짜 따르는 자인가?"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기독교인(Christian)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 A: 예수를 하나님으로 믿지만, 이웃을 혐오하고 배타적으로 사는 사람
  • B: 예수의 신성은 잘 모르겠지만, 그분의 가르침(산상수훈)에 압도되어 원수를 사랑하고 가난한 자를 위해 사는 사람

교리적으로는 A가 기독교인이지만, 예수님이 보시기엔 누가 더 당신의 제자에 가까울까요?
슈바이처나 간디 같은 인물들은 교리적 기독교인은 아니었지만, 그 누구보다 '예수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결론 : 교리는 껍데기, 삶은 알맹이

예수님의 신성을 믿는 것은 소중한 유산입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무한한 위로와 구원의 확신을 줍니다.
하지만 그것이 남을 정죄하는 '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예수를 신으로 모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수의 삶을 나의 삶으로 살아내는 것입니다.

교리의 자격증을 내밀기 전에, 사랑의 증명서를 내미십시오.
하나님은 신학 논문이 아니라, 당신의 손발을 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