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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듣는 교회에서 참여하는 교회로, 지역 사회를 살리는 새로운 물결
"제발 아무도 저를 알아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현대인의 가장 솔직한 고백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철저하게 단절되기를 원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마주치면 황급히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주일 예배가 끝나면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도망치듯 교회를 빠져나옵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붕괴는 경제도, 정치도 아닙니다. 바로 '지역 사회의 공동체성 붕괴'입니다. 과거에는 온 마을이 아이 하나를 함께 키웠고,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며 서로를 지켜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는 '섬'이 되었습니다.
왜 우리는 이토록 '익명'을 사랑하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우리가 '사람'에게 너무 많이 데였기 때문입니다.
1. 관계의 피로감 : "좋은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그래요"
많은 사람들이 "혼자가 편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말의 이면에는 깊은 두려움이 숨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이용하려 해.", "가까워지면 결국 상처받을 거야.", "간섭받는 건 질색이야."
슬프게도 우리에게는 '좋은 이웃'의 경험 데이터가 없습니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심지어 교회에서도 우리는 경쟁하고 평가받고 상처받았습니다. 안전한 관계를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익명성'이라는 갑옷을 입고 숨어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뇌피셜일지라도 확신합니다. 만약 우리가 정말 따뜻하고, 계산 없이 나를 반겨주는 '진짜 좋은 이웃'을 단 한 번이라도 경험한다면? 우리의 얼어붙은 편견은 봄눈 녹듯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 안에는 여전히 '사람의 온기'를 그리워하는 DNA가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2. 변화의 시작점 : 다시, '지역 교회'입니다
그렇다면 무너진 마을 공동체를 누가 다시 세울 수 있을까요? 정부? NGO? 저는 단언컨대 '지역 교회(Local Church)'만이 그 희망이라고 믿습니다.
- 가장 많은 인프라: 대한민국 골목골목, 편의점보다 많은 것이 교회입니다. (이것은 비판받을 점이기도 하지만, 엄청난 잠재력이기도 합니다.)
- 사랑의 명분: 비록 실천은 부족할지라도, 유일하게 '사랑'을 헌법으로 내세우는 조직입니다.
교회가 단순히 '종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동네의 사랑방이자 커뮤니티 센터가 되어야 합니다. 듣는 예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웃의 삶에 참여하고 밥을 나누는 '참여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3. 메가처치의 함정과 동네 교회의 현실
하지만 현실은 암담합니다. 일요일 아침이면 동네 도로는 꽉 막힙니다. 모두들 자신이 사는 동네를 떠나 차로 30분, 1시간 거리에 있는 '대형 교회(Mega Church)'로 떠나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퀄리티(Quality)' 때문입니다. 화려한 찬양, 세련된 설교, 편리한 주차장, 완벽한 교육 시스템. 대형 교회는 '소비자'로서의 성도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성도들은 완벽한 익명성을 보장받으며 '예배 구경'을 하고 돌아옵니다. 삶과 신앙의 완벽한 분리입니다.
반면 동네 교회는 어떻습니까? 좁고, 촌스럽고, 시스템은 열악합니다. 청년들은 떠나고 노인들만 남았습니다. "동네 교회를 사랑하자"는 구호만으로는, 이미 눈이 높아진 성도들의 발길을 돌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컨소시엄 교회] 모델을 주장합니다.
작은 동네 교회들이 뭉쳐서 대형 교회 못지않은 '예배의 퀄리티'를 확보하고,
주중에는 각자의 색깔로 지역 사회 깊숙이 스며드는 '관계의 퀄리티'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동네 교회가 살고, 지역 사회가 사는 유일한 대안입니다.
4. 결론 : 두 가지 변화가 필요합니다
무너진 공동체를 회복하고, 다시 '사람 냄새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두 가지 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첫째, 동네 교회의 '질적 업그레이드'입니다.
동네 교회 목사님들, 분골쇄신해야 합니다. "작으니까 어쩔 수 없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습니다. 혼자서 안 되면 연합하십시오. 건물을 공유하고, 찬양팀을 공유하고, 설교단을 교류하십시오. 성도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친구를 데려올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성도들의 '의식 변화'입니다.
멀리 있는 파랑새를 쫓지 마십시오. 좋은 교회는 유명한 목사님이 있는 곳이 아니라, 내 슬리퍼가 닿는 곳에 있습니다.
내가 사는 동네,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 앞, 내가 장을 보는 시장 통에 있는 교회를 섬기십시오. 그곳에서 '구경꾼'이 아닌 '참여자'가 되십시오.
우리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밥을 먹고,
아무도 모르게 숨어있는 이웃의 문을 두드려 "나 여기 있어요"라고 말해줄 때,
차갑게 식어버린 우리 동네는 다시 따뜻한 온기로 채워질 것입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당신의 이웃입니다.
이제, 동네로 돌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