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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협업 교회 모델(Consortium Church)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자, 가장 강력한 반론은 바로 이것입니다.
"주일 예배를 다른 교회와 같이 드린다고요?
그러면 우리 교회만의 정체성(Identity)이 사라지는 것 아닙니까?
성도들이 소속감을 못 느끼고 이도 저도 아니게 될 텐데요."
충분히 공감되는 우려입니다. 교회의 간판도, 담임 목사의 설교도 희석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중하게 되묻고 싶습니다. 과연 지금의 '각자도생' 방식이 정체성을 지키는 데 정말 유리할까요?
1. 불편한 진실 : '빈약함'이 정체성을 가리고 있지 않습니까?
성도 20~30명이 모이는 작은 개척 교회의 현실을 직시해 봅시다.
- 좁은 공간에서 성가대 없이 부르는 찬양의 어색함
- 누가 결석했는지 한눈에 들어오는 부담스러운 시선
- 목사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한 강단
솔직해집시다. 이런 환경에서 성도들은 '우리 교회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느끼기보다, '열악함'과 '피로감'을 먼저 느낍니다. 오히려 빈약한 예배 환경이 목회자가 전하려는 소중한 메시지(정체성)를 가로막는 노이즈가 될 수 있습니다.
2. 새로운 대안 : 전략적 분리 (Together & Separate)
우리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전략적 분리'를 제안합니다. 예배의 '형식'은 공유하되, 목회의 '내용'으로 승부하는 것입니다.
① 주일 대예배 : 함께 드립니다 (Together)
여러 교회가 연합하여 드립니다. 혼자서는 불가능했던 풍성한 찬양팀, 전문적인 설교 로테이션, 활기찬 회중의 찬양 소리가 가능해집니다. 이를 통해 성도들은 "아, 내가 작지만 초라하지 않은, 건강하고 거룩한 공교회에 속해 있구나"라는 자부심을 먼저 얻게 됩니다. 이것이 예배의 기초 체력입니다.
② 소그룹과 양육 : 따로 합니다 (Separate)
이것이 핵심입니다. 예배 후 2부 순서, 주중 제자 훈련, 심방은 각 교회의 담임 목회자가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진행합니다.
목회자의 진짜 실력과 영성은 화려한 마이크 앞이 아니라, 성도와 무릎을 맞대고 삶을 나누는 '관계'에서 드러납니다. 대예배의 짐을 덜어낸 목회자는 이 '관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습니다.
3. 정체성의 재정의 : '나만의 것'에서 '우리의 것'으로
"나만 설교해야 내 교회다"라는 생각은 어쩌면 목회자의 욕심일지 모릅니다.
진정한 정체성은 '형식의 독점'이 아니라 '가치의 공유'에서 나옵니다.
- "우리는 혼자 살기보다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치는 교회입니다."
- "우리는 건물 월세 낼 돈으로 이웃을 섬기는 교회입니다."
- "우리는 경쟁 대신 연대를 선택한 교회입니다."
이 뚜렷한 '연합의 정신'이야말로, 그 어떤 화려한 프로그램보다 강력하고 매력적인 우리만의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이자 '차별화된 정체성'이 될 것입니다.
결론 : 섞이는 것이 아니라, 더 커지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색의 물감이 마구 섞여서 검은색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악기들이 모여 하나의 웅장한 교향곡을 만드는 오케스트라가 되는 것입니다.
바이올린이 첼로 소리에 묻힐까 봐 걱정하지 않듯, 건강한 연합 안에서 각 교회의 색깔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빛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