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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회는 반드시 가난하고 힘들어야 합니까?"
한국 교회 생태계에서 '개척 교회' 혹은 '미자립 교회'라는 단어는 곧 '결핍'을 의미하곤 했습니다. 좁은 지하 공간, 부족한 재정, 목회자의 탈진, 그리고 성도들의 피로감.
하지만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교회가 작아서 힘든 것이 아니라, '작은 규모'로 '대형 교회의 시스템'을 흉내 내려다보니 힘든 것은 아닐까요?
오늘은 각자도생의 길에서 벗어나, 함께 생존하고 함께 번영하는 새로운 길, [협업 교회 모델 : 적정 규모론]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1. 현실 인식 : '월세'라는 블랙홀
서울 시내에서 성도 20~30명이 모일 수 있는 30평 남짓한 공간을 얻으려면, 보증금 수천만 원에 월세 150~200만 원이 듭니다.
만약 10개의 작은 교회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들은 각자 흩어져서 매달 총 2,000만 원의 월세를 건물주에게 바치고 있습니다. 1년이면 2억 4천만 원입니다. 이 막대한 돈이 복음 전파나 구제, 성도의 삶을 돌보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일주일에 한 번 모이기 위한 공간'을 유지하는 데 사라집니다.
이것은 비효율을 넘어선 낭비입니다.
2. 대안 제시 : 10개의 교회가 모이면 '대형 교회' 인프라를 누린다
우리의 제안은 단순합니다. "뭉치면 커진다"는 것입니다.
10개의 교회가 '컨소시엄(연합)'을 구성하여 하나의 공간을 공유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각 교회가 100만 원씩만 분담해도 월세 1,000만 원짜리 A급 상권의 60~80평대 공간을 얻을 수 있습니다.
- 공간의 질적 변화: 곰팡이 냄새나는 지하가 아니라, 세련된 라운지, 전문적인 음향 시설, 아이들을 위한 교육 공간, 그리고 주중에는 공유 오피스나 카페로 활용 가능한 '매력적인 공간'이 탄생합니다.
- 재정의 여유: 공간 유지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듭니다. 남은 재정은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와 지역 사회를 섬기는 일에 쓰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적정 규모(Appropriate Scale)'입니다. 개별 교회는 작고 가볍지만, 연합함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3. 예배의 혁명 : '1인 천하'에서 '집단 지성'으로
공간만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예배)의 협업'입니다.
작은 교회 목회자의 가장 큰 고충은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한다'는 중압감입니다. 설교, 찬양 인도, 주보 제작, 청소, 행정까지... 슈퍼맨이 되어야 합니다. 결국 탈진합니다.
10개 교회가 모여 '주일 연합 예배'를 드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 설교의 전문화: 10명의 목회자가 돌아가며 설교하거나, 각자의 전공(신학, 상담, 교육 등)에 맞춰 시리즈 설교를 기획합니다. 목회자는 충분한 연구 시간을 확보하고, 성도들은 매주 양질의 꼴을 먹습니다.
- 예배의 풍성함: 찬양에 은사가 있는 교회, 기획에 은사가 있는 교회가 힘을 합칩니다. 대형 교회 부럽지 않은 영적 감동이 있는 예배가 가능해집니다.
4. 핵심 철학 : "따로 또 같이 (Together yet Separate)"
여기서 가장 많이 하시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게 섞이면 우리 교회의 정체성은 사라지는 것 아닙니까?"
아닙니다. 이 모델의 핵심은 '흡수 통합'이 아니라 '느슨한 연대'입니다.
- 함께 (Together): 주일 대예배는 연합으로 드립니다. 최고의 퀄리티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하나의 공교회'라는 거룩한 소속감을 느낍니다.
- 따로 (Separate): 예배 후 2부 순서, 주중 소그룹 모임, 심방, 제자 훈련은 각 교회의 담임 목회자가 개별적으로 진행합니다. 목양의 관계성(Relationship)은 각 개별 교회의 색깔을 유지합니다.
마치 '백화점'과 같습니다. 백화점이라는 거대한 플랫폼(건물, 시스템) 안에 다양한 브랜드(개별 교회)가 입점해 있는 것과 같습니다. 고객(성도)은 쾌적한 환경을 누리면서도,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옷을 입습니다.
5. 결론 : 생존을 넘어, 새로운 표준으로
이제 "무조건 교회를 크게 키워야 한다"는 성장 강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반대로 "작으니까 어쩔 수 없다"는 패배주의도 버려야 합니다.
작지만 강한 교회, 가볍지만 깊은 교회.
10개의 교회가 모여 공간을 공유하고, 사역을 나누고, 서로의 등 뒤를 지켜주는 [협업 교회] 모델.
이것은 단순히 월세를 아끼기 위한 생존 전략이 아닙니다.
이 시대에 교회가 잃어버린 '진정한 연합(Koinonia)'을 회복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성경적인 대안입니다.
우리는 이제 건물주를 위해 목회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연대합니다.
[함께 고민해 볼 질문들]
- 우리 교회가 100% 혼자 감당해야 한다고 믿었던 짐은 무엇입니까?
- 옆 교회와 나누었을 때 더 풍성해질 수 있는 나의 은사는 무엇입니까?
- '내 교회'라는 간판보다 '하나님 나라'라는 본질이 더 중요하다고 고백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