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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는교회

교회는 여전히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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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5.12.08 14:12

스마트폰 시대에 플로피 디스크를 건네는 교회에게

"요즘 누가 교회를 가?"
이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입니다. 사람들은 교회를 떠나고 있고, 세상은 교회를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목사인 저조차도 때로는 숨이 막힐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봅니다.
교회는 여전히 필요한가? 왜 필요한가?

제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하지만 단서가 붙습니다.
"지금의 모습 그대로는 아니다."

1. 왜 교회는 외면받는가? : '업데이트'가 멈춘 OS

예수님의 가르침이 틀려서가 아닙니다. 문제는 그 가르침을 담아내는 그릇(형식과 시스템)이 너무나 낡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21세기 스마트폰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회는 여전히 1980년대식 '성장주의'라는 플로피 디스크를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있습니다.

  • 비효율의 극치: 각자 상가 지하에 공간을 얻어 1주일에 단 몇 시간을 위해 월세 수백만 원을 쏟아붓습니다.
  • 불통의 언어: "무조건 믿어라"는 식의 일방적 선포는 합리적인 의심을 가진 현대인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 괴리된 윤리: 교회 안에서는 '거룩'하지만, 교회 밖 상식조차 지키지 못하는 이중적인 모습에 사람들은 등을 돌렸습니다.

2. 교회는 왜 필요한가? : '건물'이 아니라 '연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필요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인간은 고립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연결되어 있지만(Hyper-connected), 그 어느 때보다 외롭습니다. SNS의 '좋아요'가 채워줄 수 없는 깊은 연대, 삶을 나누는 식탁, 조건 없는 환대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교회의 본질입니다.

교회는 화려한 벽돌 건물이 아닙니다. 그 안에서 떡을 떼고 삶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것은 거대한 성전 시스템이 아니라, 죄인과 세리가 함께 밥을 먹는 '식탁 공동체'였습니다.

이 본질적인 '사람과 사람의 연결', '초월적 가치와의 연결'을 위해 교회는 반드시 존재해야 합니다.

3. 현대 교회가 갈 방향 : OS를 포맷하고 새로 깔아라

땜질식 처방으로는 안 됩니다. 교회의 운영체제(OS) 자체를 완전히 포맷하고 새로 깔아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새로운 표준(New Standard)'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건물주를 위한 목회에서 '사람'을 위한 목회로

월세 낼 돈으로 성도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더 먹여야 합니다. 텅 빈 공간을 유지하느라 헌금을 낭비하는 대신, 여러 교회가 공간을 공유하는 [컨소시엄/협업] 모델로 전환해야 합니다. 우리는 건물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겨야 합니다.

② '일요일 11시'에서 '월요일의 일상'으로

일요일 1시간 예배를 위해 나머지 6일을 희생하는 구조를 깨야 합니다. 진짜 예배는 월요일 아침, 당신의 직장과 가정에서 시작됩니다. 남들이 쉴 때 일해야 하는 자영업자, 간호사, 서비스직 종사자들에게 "주일을 못 지켰으니 믿음이 없다"고 정죄하는 대신, 그들의 삶의 현장이 곧 예배처임을 선포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월요일 저녁 예배'가 그들의 주일 예배가 되어야 합니다.

③ '성직자 독점'에서 '수평적 연대'로

목사 한 사람이 북 치고 장구 치는 '1인 천하'는 끝났습니다. 목사는 권위자가 아니라,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말씀을 살아내는 성도들을 돕는 '가이드'여야 합니다. 다양한 은사를 가진 사역자와 성도들이 수평적으로 연대하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결론 : 혁명은 변방에서 시작된다

누군가는 "이상적인 소리다", "현실을 모른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한국 교회는 서서히 침몰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작지만 단단한 실험을 시작합니다.
건물 대신 사람을, 형식 대신 본질을, 금기 대신 자유를 선택하는 교회.
가장 작은 식탁에서부터, 가장 일상적인 곳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될 것입니다.

교회는 여전히 필요합니다.
다만,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말입니다.